생각들: 짧은 글

공기가 된 디자인

먹바 mugba 2022. 3. 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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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숨 쉬듯이 쓰고 있는 어플이야 사이트는 너무 많다. 아침에 일어나서 알람을 해제하고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모르는 게 생기면 검색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받고 친구들의 새소식을 읽다가 잔다. 이 문장을 읽을 때 너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연상한다. 이제 디지털은 너무 우리와 밀접하게 있어서, 너무 자연의 일부 같아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가끔 잊는 순간이 있다. 인터넷 창을 끄는 X 버튼이 어디서 자연 발생으로 자라나지는 않았을 거다. 이런 세상에서 공기처럼 존재하고 있는 디자인들을 목격했다. 공기 같은 수준의 의존도와 자연스러움을 가지게 된 디자인을. 피터 한센은 ‘뉴 노멀’에서 현실 세상의 재화를 분자, 디지털 세상의 재화를 비트라고 정의했다. 그렇다면 이런 디자인은 비트로 된 세상만의 자연이 되어버린 걸 지도 모른다.

공기가 된 디자인을 정의하는 제일 핵심적인 기준은 무엇일까? UX 관점에서는 니즈가 생겼을때 유저 저니, 유저 플로우에 공백 없이 유저 스스로 자기가 어떤 걸 해야 할지 바로 아는 상황이다. 배터리 잔량이 궁금할 땐 화면 맨 위 오른쪽 스테이터스바로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는걸 예로 들 수 있다.

다음으로는 아마 정신분석학적인 요인이 있을 듯한데(잘 모르지만), 이런 디자인이 자동으로 생겨난다고 무의식적으로 인지하는 것 같다(이것도 추측이지만). 당연히 디지털상의 모든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손수 만든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자연의 일부가 된 디자인을 좋아한다.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지만 우리 생활을 굴러가게 해주는 디자인. 이런 디자인이야 말로 정말 ‘디자인'을 잘 기능하는 디자인이 아닐까? 내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디자인 목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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