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들: 짧은 글

길거리 현수막이 요란한 이유

먹바 mugba 2022. 5. 24.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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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보면 여기저기 걸린 현수막들을 마주친다. 촌스럽고 쨍한 색에 덕지덕지 뭐가 많다. ✷경✷축✷을 양끝에 달고 화려하게 장식한(정말 경사 날 일이 생겼나 보다) 이펙트에 그라데이션 범벅이다. 한 마디로 요란스럽다.


일반적인 현수막은 가로로 아주 긴 형태다. 약 1:10 비율이다. 1:1이나 3:4 비율이 아닌 이유는 프린터 크기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대한 큰 지면을 프린터로 뽑아내려면 이런 비율이 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일상생활하면서 보는 포스터, 컴퓨터, 핸드폰, 책에서 많이 벗어난 비율이다. 황금비로 된 지면만 보다가 이런 길쭉한 형태를 마주하면 시선 움직임이 사뭇 다르단 걸 알 수 있다. 시각적으로 약간 불안정하다. 보통 현수막은 게시 구역이 따로 있어 게시대에 주르륵 걸려 있는 모습을 보면 한 층 더 불안정해 보인다. 이 비율 자체로 현수막이 요란해 보일 수도 있다.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 디자인도 원인이다. 걸린 장소는 잔디가 깔린 곳인데 핫핑크 배경에 파란 글씨, 금속 효과를 준 요소를 배치한 현수막은 이 세계 차원을 찢고 혼자 둥둥 떠서 존재하는 느낌이다. 나쁜 의미로 눈에 띈다.


현수막 디자인은 대부분 인쇄소에 간이로 있는 작업실에서 이루어지기에 최신 디자인 업데이트가 안되어서일 수도 있다. 최근 디자이너들이 디지털 매체쪽으로 많이 빠져서 작업자가 툴만 다루는 사람일 경우 좋은 디자인은 체념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튀어야 사는 현수막 광고 세계에서 요란함은 어쩔 수 없이 함께 따라오는 거기도 하다. 하지만 못생기고, 트렌드를 역행하고, 요란한 디자인은 다른 이유가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디자인이란 클라이언트가 있는 서비스이자 상품이다. 클라이언트 입장에서는 돈을 주고 샀으니까 뭔가를 더 받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뭔가를 꽉꽉 집어넣었으니 돈 값 한다는 인식이 디자인에 적용된 결과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31가지 맛 아이스크림을 꽉꽉 잘 눌러 담은 아이스크림 컵 같다. 사이즈는 파인트인데 말이다.
이 현상은 사회가디자이너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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